더워서 마사지 - 더위와 햇빛에 지쳐 어차피 저녁에 받을 마사지를 먼저 받았다. 가게는 꽤 커보였는데, 가게 직원부터 사장님까지 중국계 자본의 느낌이 강했다. 바깥에서 세족을 하고 들어가 마사지를 받았다. 사실 나는 세족을 해주는걸 그렇게 좋아하진 않다. 발이 간지럽게도하고 내 마음껏 깨끗하게 씻어주는 거 같지도 않고 뭔가 어색하다. 처음 받아본 타이마사지도 그렇게 시원하지 않았다. 그냥 시원한 곳에서 조용하게 눈을 감고 있으니 편안한게 좋았다. 시간을 날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동안 눈을 감으며 잠깐 잠이 들었는데(그정도로 아프거나 시원하진 않았다) 피로가 많이 풀려 나쁘진 않았던 것 같다. 눈을 감으면서 지금까지 어느정도 여행했고, 며칠 남았고, 중요한 일정들은 언제 시작되며 지금 어느정도 준비되었는지 생각했다. 태국의 느낌을 눈을 감고 생각할 기회가 별로 없었으니 나름 알차게 보낸 것 같다.
숙소 북쪽 걷는길, 이슬람 사원 - 숙소에서 바다쪽으로만 향하는 길로만 다녀보았으니(아직 하루도 되지않았지만) 반대쪽 방향으로 걸었다. 마침 저녁을 먹으러 가는 레스토랑도 그 방향에 있었고 날도 조금은 서늘해졌기 때문에 딱 이곳저곳 걸어보며 거리의 분위기를 느끼기 좋았다고 생각했다. 태국은 불교 국가이지만 끄라비 만큼은 이슬람계도 많다고 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10분 거리에 이슬람 사원이 있었다. 그리고 앞에는 이슬람 사람들(? - 표현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름)이 포장마차의 형태로 음식을 팔았다. 약 4~5개의 포장마차에서 메뉴가 겹치지않게, 그리고 술과 돼지고기가 없는 주로 과일과 닭과 관련된 음식을 팔았다. 이슬람 가게는 하나 좋은점이 정량제공의 느낌이 강하다. 뭔가 어딜가도 가격은 비슷하고 딱히 호객행위가 없으며 음식도 깨끗한 편인 것 같다. 음식을 준비할 때 손을 씻는 것도 보았고 음식에 최대한 손이 닿지 않게 하거나 음식이 쌓여있는 곳도 계속해서 관리하는 느낌이었다. 한국에서의 이미지는 자신들만 옳다고 생각하며 자신들의 행동원칙을 다른사람에게도 적용하는 고리타분하고 고집이 세는 이미지였는데, 여기서는 자신들의 옳은 윤리의식(아마도 쿠란에서 나온) 행동들을 철저히 지키는 느낌이 강했다. 이슬람을 옹호하자는 생각은 아니지만, 뭐든 한가지로 몰아가거나 일반화하여 판단하면 안된다는 당연한 말이 피부로 느껴졌다.
저녁 톤마욤[ Ton Ma Yom] - 이슬람 사원을 지나 몇 십여분 더 걸어 톤마욤이라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거리는 정리가 잘 되어있어 마치 일본의 골목길을 온듯한 느낌이었다.(실제로 일본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가정집에서 키우는 듯한 관리된 강아지들이 거리에 모여있기도 했다. 괜찮은 펜션으로 보이는 숙박 시설도 보였다. 식당은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식당이었고, 다른 한국인들도 몇몇 있었다. 기본적인 메뉴를 시켜 먹었다. 특별한 소스를 쓰거나 대단한 메뉴가 있는건 아니지만 맛이 좋았다. 가게 근처에 무에타이 수련관이 있었고 유럽인으로 보이는 외국인이 무에타이 수련을 하고 있었다. 아마 요가 원데이 클래스 처럼 무에타이 원데이 클래스도 있었는데, 이 체험을 하고있는 것 같았다. 미트를 발로차는 시원한 소리가 들렸고 파이팅 넘치는 기합소리도 들렸다. 기회가 된다면 무에타이 원데이 클래스도 재밌어 보이지만 일정상 쉽지 않아 마음속으로만 잠시 무에타이수련을 했다. 뭔가 처음보는 외국인과 신체적으로 합을 맞춰보며 땀나게 수련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다행히(?) 숙소에서 제공하는 요가 클래스는 내일 예정되어 있으니 그거라도 열심히 해야겠다.









저녁을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몇몇 티셔츠 가게를 들렸다. 혹시나 라일레이에서 사지못한 암벽프린팅 티셔츠가 있을까하고 돌아보았지만 해당하는 티셔츠는 없었다. 대부분 저렴한 느낌의 아오낭 해변과 관련된 문구가 적힌 티셔츠들 뿐이었다. 구매한다고해서 실생활에 입어볼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된 상품을 기념품으로 사기는 아까워 결국 구매하지 않았다. 저녁이지만 더위가 느껴저 망고 쉐이크와 과일을 먹었다.



숙소에서 만든 부양체(?)를 바다에 띄우기 위해 아오낭 해변으로 향했다. 해변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부양체를 띄우고 있었다. 화려하게 꽃잎으로 장식한 사람도 있고, 촛불을 여러개 꽂아 불꽃이 밝은 부양체도 있었다. 라이터가 없어 옆 서양인에게 잠시 빌려 부양체를 띄웠다. 밀물인지 썰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멀리멀리 떠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무릎너머까지 바다에 들어가 띄웠다. 다행히 부양체는 파도와 바람을 잘 만나 순항했다. 많은 부양체들이 멀리가지못하고 오히려 해변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어두운 밤 바다에 멀리 하나의 부양체가 촛불이 꺼지지 않은채 수평선에 닿은 것도 있었다. 아쉬운 것은 이러한 띄우기 행사를 풍등행사처럼 동시에 많이 해야 더 멋있었을 것 같고, 그것보다 사실 이것들 하나하나가 쓰레기인데 다시 해변으로 밀려온 쓰레기들을 보니 누군가 치우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축제는 축제인지라 거리엔 사람들이 많았고, 특히 한 인도인 무리들은 제사 비슷한 것을 지내고 있었다. 광장 한복판에서 20명쯤 모여 노래를 부르고 가부좌를 틀어 무엇인가 읽고 있었다. 맨 앞에는 나이가 지긋한 무리의 어른이 두루마기에 무엇인가 선창하고 있었고 뒤에 따라 앉은 20명 정도의 인도인이 후창했다. 이 광경이 신기한 서양인들은 동영상이나 사진을 찍고있었고 인도인들은 크게 의식하지않고 자신들의 의식을 계속했다. 옆에는 태국인으로 보이는 소녀가 칼춤을 추기도 했다. 당연히 앞에는 팁박스가 있었고, 한 장소에서 인도인 무리의 종교 의식과 바로 옆에서 칼춤을 추는 기묘한 광경이 벌어졌다. 반대편 거리에서는 음악학교에 진학하고 싶은 소녀가 바이올린(?, 악기가 기억나지 않음)을 켜며 연습공연 겸 모금을 하고 있었다.



아오낭 해변을 따라 계속해서 걷다보니 REEVE가게 까지 왔다. 고급스러고 서양의 라운지 바를 표방한 느낌이 많이났다. 돈을 쏟아부은 느낌이 났지만 반대로 태국의 색이 약한 느낌이 들었다. 숙소와 연계되어 있어 공짜 쿠폰이 있고 해변의 석양을 바라보며 불쑈를 매일 진행한다고하니, 내일 와볼 예정이다.
아오낭 해변을 계속 보다보면 마치 해운대와 광안리의 느낌과 비슷했다. 해변을 끼고 한쪽 도로에 가게들이 줄서있으며, 나름 보도블럭도 정비되어있고, 외국인들 전용 펍이 있기도하고, 간단한 길거리 음식과 길거리 공연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외국인의 구성은 인도인이 제일 많았다. 인도인들 사이에서는 꽤나 유명한 곳인가 보다. 외국 음식점으로는 맥도날드도 있었고, 멕시칸 펍, 이탈리안 레스토랑 등 다양한 가게들이 있었다. 라이브 바도 많았다. 라일레이의 라이브바 보다 훨씬 실력이 뛰어난 연주가들도 있었다. 역시 큰 관광지이긴 한가보다. 해변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즐기는 마사지 샵도 있었다. 관광지로써는 즐기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식 - 숙소로 복귀하는 길에 약간 허기를 느끼고 길거리 식당에서 간단하게 야식을 먹었다. 나중에서야 찾아보니 숙소앞 거리 음식점이 꽤 유명한 곳이었다. 리뷰를 보니 특히 해외 여행자들로부터 칭찬을 많이 받은 곳이었다. 맛도있고, 분위기도 태국스럽고, 가격도 싸다고 한다. 실제로 약간의 위생은 포기하니(사실 그렇게 더럽지도않다. 테이블이 길위에 있다는 것 뿐 식기도 크게 더럽지않았다.) 매우 좋은 음식점이 되었다. 가격이 정말 싸서 코코넛 음료, 레모네이드, 로띠, 똠양궁, 볶음밥을 배부르게 먹었음에도 만원정도가 나왔다. 맛도 물론 좋았다. 똠양꿍 국물 베이스를 코코넛으로 하니 부드럽고 달달한 맛이 더해지고, 특유의 신맛이 덜한게 느껴졌다. 아마 똠양궁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코코넛 베이스의 똠양꿍은 괜찮을 것 같다.부담없이 식사를 한다는 것이 매우 편안했다. 식사는 만족스러웠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당에서 식사를 해도 좋을 것 같다. 가격도 좋고 맛도 괜찮고 로컬의 분위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숙소로 복귀하는 길에 이제서야 귀가 영어로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어를 계속 듣다가 영어를 계속 듣고 말하다보면 어느순간 귀가 뚫려서 생각도 영어로 하는게 더 빠르고 말도 어느정도 자연스럽게 나와야하는데 (그렇다고 잘하는 수준은 아님) 여행온지 며칠이 지나도 뚫리는 느낌이 없어서 답답했었다. 주문을 할 때도 뭔가 한 번은 머리에서 거쳐가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이제서야 바로 들리고 바로 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외국 경험을 여행말고 살아본적이 없어 잠깐이나마 이런 경험을 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언어라는게 환경이 중요한지 느껴졌다. 대학생활 때 1년 정도 쉬거나 교환학생을 했으면 정말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고, 지금이라도 이렇게 해외에 나왔을 때 적극적으로 영어를 사용해서 뇌를 움직여주는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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