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여행의 마지막 날. 시간이 된다면 메콩강 투어를 개인적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애매한 시간에 도보 시티 투어를 조금이나마 하게 되었다.
조식을 먹고 잠시 휴식을 가진다음 일정을 시작했다. 리조트의 작은 풀장에서 아침부터 수영을 하는 사람이 보였는데, 평영을 정말 잘했다. 내가 유일하게 감도 못잡은 평형. 접영도 마찬가지만 실전성이 강한 평영을 마스터 해야하는데 잘하는 사람을 계속 보고 있자니 어느정도 손과 발의 타이밍을 알 것 같다. 시간을 내어 평형을 집중적으로 연습해서 마스터 해야겠다.
귀국행 비행기를 타려면 코로나 음성을 받아야했고, 근처의 병원같은 곳에서 신속항원 검사를 받았다. 만약 타국에서 코로나에 걸리면 나도 문제지만 이 나라에서도 처치가 애매할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 대충 검사한다. 그래도 한번 더 부탁했고, 모두 음성이 나왔다.
숙소 근처에 국립 박물관이 있지만 점심 시간으로 가지않았다. 다행히? 박물관을 포기하고 숙소에 체크아웃을 하기 위해 들리자마자 비가 쏟아졌다. 점심은 벱메인 이라는 유명한 가게로 갔다. 사실 이 가게에서 먹은 음식이 가장 베트남스러웠고 맛도 좋았으며 가격도 나쁘지않아 기억에 남는다. 한국처럼 메인 요리와 반찬들이 나오는게 아니라 1~2인분 메뉴들을 하나씩 시키는 형식이며 반세오, 분짜, 코코넛 볶음밥, 분보남보(비빔국수) 등을 시켰다. 모두 이색적이고 맛도 좋아 만족했다. 반세오는 부침개 쌈 같은 것인데 계란 부침의 바삭한 식감과 향신료 채소가 강하지 않은 소스와 조화가 잘되어 만족스러웠다. 맛, 식감, 향 밸런스가 좋아 아마 한국에서 가게를 내어도 충분히 유행할 수 있는 음식이라 생각된다. 코코넛 볶음밥도 코코넛 향이 있어 호불호가 있겠지만 충분히 맛있었다. 비빔국수도 고추가루가 없이 튀김이 약간 들어갔고 땅콩과 상추로 토핑이 된 국물없는 쌀국수인데 고소하다가 바삭하며 탄수화물의 맛이 상당히 좋았다. 가게가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조용하며 맛도 좋아 베트남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좋았다.
점심을 먹고 난 미술 박물관으로 향했다. 미술관은 프랑스 시절 지어진 건물을 활용했다. 3개의 건물로 이루어져있고, 현대 미술관이 가장 크고 가까웠다. 프랑스 식민시 시절 내부에 사용하지않지만 오래된 엘레베이터가 있을정도로 고급스러운 건물이었다. 바닥과 벽면은 대리석으로 되어있었고 계단을 오르는 난간과 곳곳에 장식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적절한 냉방시설이 없고 구조가 불편하게 되어있어 그다지 효율적인 건물은 아니었다. 그 시절 왜 굳이 복도를 뒤쪽으로 향하게 하고 일직선 복도에 방을 배치에 건물을 돌아가게 했는지 이해가지 않았다. 시간이 없어 모던 아트위주로 감상했다.(덥기도 하고) 현대 작가 작품들 위주다 보니 대부분 전쟁을 주제로 삼았으며 전쟁의 참혹함, 비극적인 주제를 다루는 것도 있고, 전쟁중에도 평화로운 마을을 나타낸 작품들이 많았다. 작품의 다양한 기법들에 흥미를 느꼈다. 세밀한 붓터치로 숲의 수많은 나무 줄기들을 표현한 작품도 있었고, 실제 작품은 매우 큰데 나뭇잎 하나하나 세밀한 붓으로 표현한 작품도 있어 정성이 느껴졌다. 미술작품은 실제로 봐야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게 작품의 크기와 분위기에 압도당하고 특히 거대한 작품일수록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 작품을 완성하는 작가의 모습이 눈에 선해 작품 그 자체가 아닌 작업 과정마저 예술로 느껴진다.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고 표시되어있지만 사실 전문 카메라로 작품을 떠가는 것(?)이 금지이지 개인 핸드폰으로 찍는 것은 괜찮았음에도 불구하고 찍지 못해 아쉬웠다. 한껏 멋을 낸 베트남 학생들과 청년들이 분위기를 잡고 인스타에 업로드할 목적으로 사진을 찍곤 했다. 전세계 공통인듯 하다. 베트남 사람들의 이목구비는 꽤나 서구적이라서 사실 사진을 잘 찍으면 굉장히 모델같은 느낌이 난다. 비율은 오히려 좋은 편. 다만 실제로 보면 체구가 작아서 그런지 약간 귀여운 학생들같은 느낌이 나서 속으로 웃곤했다.
유화는 질감을 잘 살리는 기술적인 모습이 인상깊었고, 자개로 된 바닥에 검게 칠해 긁어내며 작업한 그림이나 뒷 배경에 색을 입히고 흰색으로 칠해 형상을 나타내는 기법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건물 유리에 오래된 스테인드글라스가 있었는데, 그 퀄리티와 문양은 그다지 인상깊진 않았지만 오래된 세월을 감안하면 충분히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느껴졌다.
미술관이라서 그런지 몇몇 공간에서는 베트남 학생들이 풍경을 소재로 데생을 하거나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열정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수많은 사람들 중 유일하게 그 날 눈에 띈 사람들이었다.
다른 건물엔 고대 미술품들이 있었다. 중국의 영향을 받은 베트남이기에 중국양식의 조각과 물품들이 많았다. 특히 불교 양식의 조각상등은 사실 한국에서나 몽골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미술품들이라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베트남이 동남아국가이고 프랑스의 색이 짙게 있음에도 당연히 중국의 영향은 피할 수 없음을 느꼈다.
미술관 투어는 더워 잠시 커피를 마시며 쉰 후 시간이 부족해 기념품을 사지 못했다. 엽서라든지 책이라든지 먼저 구매를 한 후 투어를 했어도 괜찮을 것을 조금 아쉽다. 미술관 닫는 시간이 퇴근시간과 맞물려 이동하는데 거리에 많은 오토바이들과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길거리에 학생들은 노점상에서 간단히 간식을 해결하곤 했다.
한국으로 가기 전 기념품과 간단한 선물을 사기 위해 롯데마트로 향했다. 롯데마트는 7구역에 존재했고, 그곳은 주거단지처럼 보였다. 한국에서 볼법한 높은 아파트들이 단지 단위로 들어서있었고 실제로 주재원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롯데마트를 가니 한국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비록 한국말은 써있지 않지만 내부 인테리어와 제품 진열 등 모든게 한국같았다. 간단히 커피와 핀 커피용 드리퍼를 구매했다. 커피를 많이 마시긴 했지만 다양한 커피는 접하지 못했다. 콘삭도 달걀커피도 마시지 못했다. 캐슈넛도 선물용으로 일부 구매했는데, 물가가 싼 베트남임에도 캐슈넛은 꽤나 비쌌다.
저녁은 한인 거리에서 해결했지만 음식점 고르는 것에 실패했다. 한국식 바베큐 처럼 작은 화로에 돼지고기, 소고기, 새우를 굽는 곳인데 사실 2차 안주를 위해 만들어진 메뉴라 그런지 밥으로는 양이 적었고 굽는 속도가 느려 아쉬웠다. 무엇보다 굳이 양념을 베게해 고기의 맛이 덜해 실패한 밥집이었다. 볶음밥은 나름 괜찮았지만 한국인 전용 레시피처럼 마늘을 너무 많이 넣어 오히려 아쉬웠다. 베트남스러운게 더 좋았는데… 한국인이 운영하는 느낌이었고 젊은이들에게 핫한 가게라는 느낌은 강했지만 밥집으로서는 실패였다. 나가기 전 옆 좌석에 베트남 트렌디 청년들이 모여 술을 마셨다. 베트남도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은 운동하고 성형하고 잔뜩 꾸미고 다니는 느낌이다. 약간 부자클럽 노는 젊은이 느낌인데, 운동을 꽤나 열심히 했는지 몸이 좋아 그 정도면 글로벌하게 먹힐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주변에는 한국식 국밥집, 돈까스집(확실치 않음) 등등이 있었다.
저녁 시간 후 마지막 마사지를 받았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였다. 가게 직원들이 참 한국어를 잘해 인상깊었다. 외모도 한국인처럼 생겼지만 발음과 듣기능력이 너무 좋아 나도 딱 그 정도 영어를 하고 싶다. 그나저나 베트남 마사지는 내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 시원하지도 않고 오일은 사실 나는 별로 안좋아한다. 여튼 마사지를 받고 마지막 공항 운송을 마사지 가게 사장님에게 받았다. 베트남 청년인데, 한국인과 공동 창업자라고 한다. 아마 공산주의 국가인 베트남에서 사업자를 내는 과정에 깊게 관여하고 현지 직원들을 관리하는데 중점으로 일을 하고있지 않을까 싶다. 놀라운 것은 그 청년이 가게에 있는 직원들보다 훨씬 한국어를 잘했다. 한국에 가본적도 없고 예능으로만 배웠다고 하는데 발음 뿐만아니라 억양 자체가 한국사람이다. 약간 한국에 대한 동경이 느껴졌다. 아마 조금 거만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자만심 가져 그 사람을 하대하는 느낌을 냈을 것 같아 괜히 미안해졌다. 그 사람이 한국이 좋아 그만큼 노력한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고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정도의 열정과 노력은 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공항으로 가면서 약간 마사지의 아쉬운 면에 대해 말했는데, 코로나 이후 가게가 잘 되지않고 직원들도 많이 떠나 마지막 타임인 우리에게는 아무래도 힘이 조금 약했을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차를 타면서 조금 불만스러운 의견을 냈던 것들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졌다.
공항에서는 업무 속도가 너무 느려 답답했다. 수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으로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 일을 위해서건 어떤 목적이건 간에 한국과 베트남 교류가 굉장한 것 같다. 우리나라도 저런 열심히 바짝일해 돈을 땡겨올 나라가 있을까? 그나마 미국일텐데 그렇게 생각하면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떠나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다.(물론 미국-한국 차이보다 한국-베트남 차이가 훨씬 커서 같은 선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새벽비행기를 기다리며 베트남 전쟁과 호치민에 대한 다른 관점을 읽었다. 이미 적었지만 역사의 양면성과 전쟁의 비정함, 그리고 독재자의 전략적인 사고 등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배워갔다.
짧은 여행기간이지만 아마 나라의 역사를 공부하고 이해하며 우리나라와의 공통점을 발견해 감정을 이입한 여행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이번을 계기로 동남아시아의 국가에 대해 이해가 깊어졌고 나라들의 구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나의 대륙을 새로 뚫은 것이다.
'해외 여행 > 22.08 베트남 - 호치민, 푸꾸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트남(푸꾸옥, 호치민) 여행 4일차 (1) | 2023.02.15 |
---|---|
베트남(푸꾸옥, 호치민) 여행 3일차 (0) | 2023.02.12 |
베트남(푸꾸옥, 호치민) 여행 2일차 (0) | 2023.02.12 |
베트남(푸꾸옥, 호치민) 여행 1일차 (0) | 2023.02.12 |